우리는 누구인가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다음과 같이 질문하셨습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예수님께서는 같은 질문을 우리들에게도 던지고 계십니다. 우리들은 종종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 모두는 현재 살고 있는 삶을 뛰어넘는 그러한 삶으로의 긴급한 부르심을 느끼고는 합니다. 공동체 안에서의 삶은 우리들로 하여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게끔 해줍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던지신 그 질문을 '살아가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현존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끊임없이 기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칙' 제14일
수도원안에서의 삶은 성무일도(공동기도)를 드리는 시간을 큰 축으로 해서 진행됩니다. 거의 모든 성 프란시스 수도회(SSF)에 속한 수도원들에서 성무일도는 아침, 정오, 저녁 그리고 밤 이렇게 하루 네 번 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도시 지역에 위치한 수도원들에서는 낮기도와 밤기도를 생략하고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그리고 감사 성찬례만을 드리기도 합니다.
수도원에서 형제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것은 수도생활의 핵심입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든지 상관없이 시간이 되면 지체 없이 성무일도 시간에 참여하는 것이야말로 하느님과 함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형제들의 수도규칙과 생활은 순종 안에, 정결 안에, 소유 없이 살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발자취를 따르는 것입니다."
성 프란시스, 인준받지 않은 수도규칙 제1장
수도원 형제들이 청빈, 정결 그리고 순명의 서약을 할 때, 서약된 삶을 살고 있는 그들 스스로 생각하기를 자신들이 종교적인 공동체에서 살고 있지 않은 이들보다 더 거룩하다고 믿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수도 공동체 안에서 생활을 해나가는 와중에 하느님께서 그들을 슈퍼 크리스천이 되도록 부르시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수사나 수녀가 아닌 이들 중에도 거룩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많이 있습니다. 결국 수도생활이라는 것은 우리들이 세례 때 받은 중요한 언약을 지켜나가기 위한 하나의 특정한 삶의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수도생활을 시작하고 서원까지 하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한 일과 직업과 사회적 지위, 사랑과 성, 양심과 이상에 대한 모든 의문들이 마법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 역시 존재합니다.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위의 질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결국 그것에 대한 해답은 우리들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하느님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실 수도생활의 진정한 은총은 그러한 질문을 예수님과 '함께', 그리고 형제들 모두와 '함께' 던진다는데 있습니다.
"수도공동체는 이 모든 일을 통해서 종교적 신조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포섭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서 봉사할 것이다.”
‘원칙’ 제20일
예수님께서 가나안 여자와 사마리아 사람의 종교적 신분과 상관 없이 그들을 자유케 하셨듯이 프란시스는 교회와 적대 관계에 있는 무슬림들에게 평화를 선포했습니다. 예수님과 프란시스가 그러했듯이 성 프란시스 수도회 모든 형제들의 목표는 세상에 평화와 정의를 가져오고 사람들을 평안케 하며 그들에게 살아 있는 믿음을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수도회 형제들 각자의 재능과 관심, 그리고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그들이 수행하는 사도직이 결정됩니다. 솔로몬 제도에서 생활하고 있는 형제들은 선교활동과 농작물 재배 그리고 수도원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등의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프란시스칸 여성 수도자들이 난민들과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는 사도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들로 하여금 주변의 이웃을 돕도록 요청하셨으며 이에 따라 우리들은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지역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 형제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들의 임무는 사랑을 하고 또 계속해서 그 사랑을 유지해 나가는 것 입니다."
"형제들은 혈연이나 우정으로 맺어진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형제들의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에 대한 이들의 사랑이 깊어가는 것처럼 이들을 향한 형제들의 사랑도 더 커져 갈 것이다."
원칙’, 제28일
만약 한 형제가 성 프란시스 수도회에 입회하게 되면 처음에는 낯선 이들과 함께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다소 부담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형제들 또는 자매들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수도원에 있는 형제들은 다양한 성장 배경과 문화적 전통 속에서 생활하던 이들입니다. 그들 모두는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모두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진실되게 소통하고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분노를 마주하고, 스스로가 연약해지는 것을 감수하며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공동체 안에서 가장 두려우면서도 동시에 은총으로 가득 찬 순간은 아마도 자신과 오랫동안 불화를 겪은 사람을 바라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는 바로 그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족도 아닌 서로 남남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의 불완전함을 다 받아주시고 동시에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우리를 온전한 사람으로 만드십니다.
"최고의 지혜는 이들의 영혼이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거룩한 지혜이다."
‘원칙’ 제19일
성 프란시스는 수도사들이 책을 소유하거나 대학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제안에 강력히 반대했습니다. 당시 책은 매우 희귀하고 값비싼 물건이었고 대학은 오직 부자들만을 위한 장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들의 수도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형제들이 공부에 참여하는 것이 규칙의 일부입니다. 어떤 형제는 사도직 수행에 필요한 교육을 받기 위해 정규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기도 하고 또 어떤 형제들은 비정규 교과과정을 통해 교육을 받습니다. 우리들이 교육받는 분야는 매우 다양해서 종교, 역사, 과학, 예술, 음악 또는 공예와 같은 분야를 포함합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공부와 교육, 연구는 하느님의 세계에 대한 믿음과 지식을 키우는 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진정한 목적 즉, 사랑 속에서 성장하고 세상 속에서 봉사하고자 하는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을 개발할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